마주 도는 팽이 / 장석창
집에 오니 아들이 팽이를 돌리고 있었다. 요즈음 팽이는 내가 어릴 적 돌리던 줄팽이와는 많이 달랐다. 실내에서도 층간소음 없이 돌릴 수 있도록 바닥에 놓는 팽이 판이 따로 마련되어 있고, 발사 장치에 팽이를 물린 후 부착된 끈을 잡아당기면 거기에서 분리된 팽이가 회전력을 얻어 판 위에서 돌아간다. 아들은 흔들거리면서도 쓰러지지 않고 돌아가는 팽이가 신기한 듯 연신 환호성을 질러댔다. 나는 방해가 되지 않도록 슬그머니 아들에게 다가갔다. 판 위에는 한 쌍의 팽이가 사이좋게 마주 돌고 있었다. 혹시 상대방이 먼저 쓰러지지나 않을까 서로를 격려하고 있는 듯했다. 평생을 의지하며 살아온 부부처럼. 판 위에서 돌아가는 팽이의 모습은 우리의 인생 여정과 흡사했다. 엄마 뱃속에서 나오자마자 목청을 돋우며 우는 아이처..
수필 읽기
2021. 12. 7. 08:49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 Total
- Today
-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