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흙질 / 정미영
제5회 경북일보 문학대전 수필 동상 가을 태풍이 휩쓸고 간 지난 주말에 고향집을 찾아갔다. 마당은 온갖 나뭇잎과 쓰레기로 엉망이 되었으며, 흙탕물로 얼룩덜룩한 바람벽은 여기저기 떨어져 나가고 틈이 많았다. 집안을 예전처럼 복구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아 마음이 착잡하였다. 고르지 못한 벽을 손으로 훑는데, 겨울이 지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금방이라도 뼛속까지 시린 칼바람이 불어올 것만 같아 뒤통수가 서늘했다. 서둘러 매흙질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매흙질은 벽이나 부뚜막, 안마당에 매흙을 바르는 일을 말한다. 산비탈에서 퍼온 백토를 커다란 대야에 담고 물을 부어 흙탕물을 만든다. 그 물을 다른 그릇에 담고 하루를 재우면 앙금이 되어 가라앉는데, 마치 흐트러진 상념이 가슴 밑바닥에 침잠하듯이 내려앉는다..
수필 읽기
2021. 5. 17. 18:29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 Total
- Today
-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