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가 책이다 / 유병근
책을 읽어도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이런 때는 방안에 번듯이 누워 눈만 멀뚱거린다. 움직이는 무엇이 있으면 그나마 방안에 생기가 돌겠다는 어쭙잖은 생각에 끌린다. 어쩌다 움직이는 것이 있기는 하다. 먼지가 그것이다. 나는 대단한 발견이라도 한 듯 심심하던 마음이 즐거워진다. 고놈도 심심했을까. 무슨 곡예비행이라도 하듯 꼬리를 치며 방안 여기저기를 날아다니고 있다. 무리를 지어 날아다니거나 단독비행을 즐기는 놈도 있다. 이쪽 벽에서 저쪽 벽면 쪽으로 낙하산을 타듯이 방바닥으로 유유히 날아 앉는 놈도 있다. 우주유영을 하는 듯한 먼지의 세계가 뜻밖이다. 창문을 통해서 들어오는 긴 세모꼴을 닮은 햇빛이 서치라이트처럼 먼지의 향방을 찾아준다. 먼지의 유영을 나는 조금 더 깊이 보기로 한다. 꽁지가 달린 세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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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7. 12.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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