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어와 크레파스 / 이현세
나는 태어나자마자 큰집에서 양자로 자랐다. 6‧25 전쟁 통에 큰아버지가 딸 둘만 남기고 돌아가셨으므로 작은집의 장남인 내가 양자로 간 것이다. 그 사실은 할머니의 엄한 함구령으로 내가 다 클 때까지 아무도 나에게 말해 주지 않아서 나는 전혀 몰랐다. 젖을 떼자마자 아버지는 나를 큰어머니에게 넘겨주며, “이놈은 이제 죽든 살든 형수님의 자식입니다.” 하고는 평생동안 두 번 다시 나에 대해서 말씀하지 않으셨다고 한다. 만주 사변으로 할아버지를 잃은 할머니는 스물일곱 살의 나이에 어린 아들 셋을 데리고 고향 울진으로 돌아왔다. 할머니는 길쌈으로 어린 아들 셋을 키우셨다. 그러다가 6‧25 전쟁 통에 맏아들과 둘째를 잃고 막내인 아버지만 할머니 곁에 남게 되었다. 아버지는 농사를 지으셨다. 그때 우리가 사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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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8. 5.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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