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이 만개하던 날 / 곽진순
해마다 고향집 화단에는 갖가지 꽃이 피고 졌다. 수국, 연산홍, 쩔쭉, 상사화, 노란나리, 원추리, 사루비아. 고향집에 갈 때마다 그것들을 그윽이 바라보았다. 어찌 그리 곱더냐. 꽃이라서 예쁘더냐. 조물주한테 나에게 올 사랑과 관심까지 독차지하였더냐? 나는 꽃들을 보며 그렇게 속삭이곤 했다. '화무십일홍'이라는 말처럼 그 생명력이 너무 짧아 우리로 하여금 인생의 덧없음과 유한성을 자각하도록 하기에 더욱 아름답게 보이는지 모를 일이었다. 각각의 꽃은 특유의 매력이 있으되, 특별한 사연과 인연으로 내 마음을 차지하고 있는 건 아니었다. 수수밭에서 자라는 수수들처럼 '꽃'이라는 하나의 개념 아래 몰개성의 개성을 가진 것으로 인식될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해 4월이었다. 고향집을 방문 했을 때 영산홍과 모란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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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6. 11.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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