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란 시인
꽃씨 / 문병란 가을날/ 빈손에 받아 든 작은 꽃씨 한 알!// 그 숱한 잎이며 꽃이며/ 찬란한 빛깔이 사라진 다음/ 오직 한 알의 꽃씨 속에 모여든 가을.// 빛나는 여름의 오후,/ 핏빛 꽃들의 몸부림과/ 뜨거운 노을의 입김이 여물어/ 하나의 무게로 만져지는 것일까.// 비애의 껍질을 모아 불태워버리면/ 갑자기 뜰이 넓어가는 가을날/ 내 마음 어느 깊이에서도/ 고이 여물어가는 빛나는 외로움!// 오늘은 한 알의 꽃씨를 골라/ 기인 기다림의 창변에/ 화려한 어젯날의 대화를 묻는다.// 꽃에게 / 문병란 차라리 마지막 옷을 벗어버려라.// 밤마다 비밀을 감추고/ 마지막 부분,/ 부끄러운 데를 가리우던/ 그날부터,// 내 앞에 위태롭게 서 있던 자태,// 너를 탐내는 눈 앞에/ 너를 더듬어 찾는 음모의 손길..
시詩 느낌
2021. 9. 9.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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