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 정희승
연못이나 웅덩이에 고인 물에 돌멩이를 던져보면 안다. 얼마나 물이 정직한 지를. 돌 하나를 떨어뜨려놓고 물이 어떤 표정을 짓는지 살펴보라. 솔직한 물은 자신의 정곡이 정확하게 꿰뚫렸음을 수면 위에다 과녁을 펼쳐 담담하게 시인할 것이다. 몇 번을 시도해보아도 마찬가지다. 돌이 자신의 깊이를 관통하는 동안, 물은 수면에 소포를 펼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중심에 명중되었음을 거짓 없이 보여준다. 어렸을 때 나는 물수제비를 잘 떴다. 하굣길에 시냇가를 지날 때면 늘 맵시가 고운 작은 밀돌을 주워 모로 엇비스듬하게 몸을 기울인 자세로 팔매질을 했다. 돌이 물 찬 제비처럼 수면을 담방담방 밟으며 날렵하게 미끄러져갔다. 다섯 번 이상 뜨는 것은 예사였다. 그때마다 물은 기다렸다는 듯이 돌이 밟고 간 자리에 재빨리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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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9. 7.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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