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선, 마주보기 / 김애경
스크린의 느린 화면에서 활시위를 떠난 화살이 포물선을 그리며 과녁에 떨어진다. 문득, 포물선 상의 한 점을 지나고 있는 느린 걸음의 내가 보인다. 현재가 만족스럽지 않다고 해도 화살촉을 거꾸로 돌릴 수는 없다. 하지만 현재는 과거 패턴의 반복이라고도 한다. 시간을 과거로 돌려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바로 한 지점을 선택할 수 있을까. 나이 들어가며 선택할 때 걸리는 시간이 길어졌다. 좋게 보면 심사숙고를 하는 것이지만, 대범했던 성격이 소심해진 것이다. 물론 그 반대인 사람도 있겠지만, 요즘 작은 것에도 자주 망설인다. 남편과 건강검진을 받고 나와, 벌써 한 시간째 식당을 결정 못 하고 있다. 그도 딱히 결정하지 못하고 내 결정에 따를 심산인 듯, "글쎄 어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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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1. 29.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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