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안경 / 김민자
오늘은 절에 가는 날이다. 남편은 절에만 가면 무엇 하느냐? 심보 하나 고치지 못하는데. 등 뒤에 대고 따끔한 법문을 해댄다. 마음 청소하러 가요, 심보 고치려구요. 톡 쏘아부치고 나서 후회한다. 기도하고 마음 다스리는 좌선을 하는 것도 좋겠지만, 당신 미워하지 않고 한 번 더 양보하고 이해하고 웃어주는 실천이, 마음의 방을 청소하는 좋은 일이라는 걸 왜 모르겠소. 나이가 들수록 더 맑고 사려 깊어지기보다는 탁하고 옹졸해질 때가 많아진다. 하지만 마음의 눈이 흐려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요즘 들어 남편이 미워지는 날이 많다. 남의 몸에 중병보다도 내 손톱 밑의 가시가 더 아프다더니, 내 큰 허물은 보이지 않고 남편의 작은 허물만 동산만하게 보인다.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가는 것도 그저 하루 세 끼 먹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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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6. 7.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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