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당의 미학 / 노혜숙
선생은 매의 눈으로 교습생을 둘러보았다. 범인이 누군지 이미 알고 있는 눈치였다. 나는 풀 죽은 얼굴로 손을 들었다. 내가 바로 박자를 놓치는 바람에 잘 나가던 기타합주를 망친 범인이었던 것이다. 등 뒤로 사람들의 나지막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나는 '밀당' 즉 밀고 당기는 데에 서툴렀다. 특히 타이밍에 맞춰 밀고 당기고 멈추는 연구기법은 보통의 촉으로는 되지 않았다. 마음은 조급하고 손은 무능했다. 게다가 기본기도 부실했다. 진도에 급급하여 그 단계를 건성 훑고 지나친 것이다. 본격 연주에 들어가자 금세 바닥을 보였다. 걸핏하면 박자에서 이탈했고 허겁지겁 쫓아가느라 바빴다. 선생의 말대로 나는 결국 로망스까지 배우다 포기하는 보통 사람들의 대열에 합류하고 말았다. 애당초 예상된 불화였다. 연하고 말랑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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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2. 14.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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