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도둑은 없어지고 / 백두현
순찰차 한 대가 경광등을 번쩍이며 아파트 입구까지 따라왔다. 술 몇 잔 하고 음주면허라도 있는 것처럼 의기양양하게 운전을 했는데 생각지도 않은 불청객을 만나게 되었다. 참, 재수 없는 날이다. “잠시 음주운전 단속이 있겠습니다. 협조해 주십시오.” “후우우욱-” “이런! 술을 많이 드셨네요. 면허정지 수치입니다.” “뭐라고요?” 낭패도 이런 낭패가 없다. 면허증 제출을 요구하는 경찰관 얼굴을 애처로운 표정으로 올려보았다. 그런데 그 짧은 순간에 그의 눈빛에서 묘한 희망이 보이는 것 같았다. “솔직히 저녁 먹으며 반주로 소주 몇 잔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러게 대리운전을 하시지 그랬어요?” 의례적인 대화였는데 뭐랄까, 텔레파시가 통하는 느낌이었다. 분위기가 소주 값이라도 챙겨주면 봐줄 것 같은 느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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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9. 1.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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