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 김나현
저마다의 바람이 액자에 걸렸다. 대나무 잎을 간질이는 바람, 잔물결에 노닥거리는 바람, 꽃잎에 속살대는 바람, 여인의 봄바람, 어머니의 간절한 바람……. 실체 없는 바람이 각양의 모습으로 액자 속에 담겼다. 종종 바람이 일었다. 세파의 파랑이 살 만하면 덮치고, 이만하면 되었다 싶으면 불쑥 불어 닥쳤다. 하고 싶고, 이루고 싶고, 갖고 싶고, 가고 싶은 내면의 바람은 가슴 속에 체념의 굳은살을 박여놓았다. 차곡차곡 재어둔 소박한 버킷리스트가 늘어났다. 그것은 내일이 있어야 할 이유가 되었다. 탄탄대로로 뻗은 도로가 아닌 울퉁불퉁 흔들리는 비포장 길을 달려오며 스스로 단련된 면도 없지 않았다. 나를 일으킨 보이지 않는 힘은, 나의 바람이 끈질기게 응축된 응답이라는 생각을 한다. 평생 진행형인 희망은 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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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2. 22.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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