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주는 말 / 정목일
고독하고 답답할 적에 맞아주는 벗이 있으니, 바람이다. 한마디 말하지 않아도 천언만감(千言萬感)을 주고받을 수 있는 유일한 벗은 바람뿐이다. 바람을 쐰다는 것은 바람과의 동행을 말한다. 바람과 함께 걸어 산책길에 나서면 마음이 온유해 진다. 심신을 파고들어 속속들이 안아주는 애인이 있으니, 바람이다. 머리카락에서부터 발끝까지 포근히 껴안아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는 바람에게 전신과 영혼을 맡길 수 있으니 행복하다. 곁에 아무도 없어도 함께 산책길에 나서는 동반자가 있으니, 바람이다. 천진한 언어로 주고받으며 무작정 걸어갈 수 있으니 좋다. 손을 잡거나 어깨동무를 하지 않아도 서로 온몸을 맡기며 영혼 교감을 나누면서 걸을 수 있다. 형언할 수 없는 신비의 촉감 언어를 지녔으니, 바람이다. 눈동자 속으로, 코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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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3. 15.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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