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에 반하다 / 윤기정
‘굿 샷!’ 캐디의 외침과는 달리 공은 호수를 향해 곡선을 그리며 날아갔다. 공이 물에 빠지는 소리가 들리지는 않았지만, 방향을 보면 물에 빠졌을 가능성이 크다. “몸이 덜 풀렸네.”라는 말은 첫 홀에서 자주 듣는 준비 운동이 덜됐다는 푸념 섞인 핑계다. 다른 사람의 이런 푸념은 듣기에 나쁘지 않다. 한데 내가 그 푸념을 하려니 발걸음도 마음도 가볍지 않다. “사장님. 반반.” 한국말에 놀라서 돌아보니 캐디가 온 낯으로 웃고 있다. 한국 사람들이 가르쳐 준 말일 텐데 경우에 맞게 말하는 것이 신기했다. 공을 잘못 쳐서 속상한 마음이 ‘반반’이란 말에 반은 가셨다. ‘반’이 들어간 말을 생각날 때마다 기록했다. 메모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얻은 말은 짧은 글짓기로 기억하든가 어떤 행동으로 기억에 남기려 애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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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8. 25.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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