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전백패 / 노정애
결혼 22년이 넘었다. 부부간의 전쟁을 주제로 글을 써달라는 청탁을 받았다. 승리한 이야기가 좋다고 했다. 진 기억만 있다고 했더니 시간 있으니 싸워서 이기고 쓰면 되지 않겠냐고 조언했다. 승리는 무슨 비기기라도 해봤으면 좋겠다. 싸우지 않고 목적을 달성하는 부전승(不戰勝)이 손자병법의 중심사상이라고 했던가. 여전히 나는 그의 상대가 못된다. 살면서 그가 이혼이라는 말을 꺼낸 적은 없다. 반면 나는 두 번 이혼이라는 말을 했다가 대패했다. 결혼 6년차가 되었을 즈음이다.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시댁이 있었다. 시아주버님의 사업실패는 시댁 집이 채권자에게 넘어가고 다른 형제들에게 엄청난 금전적 피해를 주는 등 온 집안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았다. 남편은 부도내고 해외로 도피중인 형에게 빚을 내서 계속 뒷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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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6. 25.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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