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집 이야기 / 류인혜
베란다 왼쪽 벽 높이 못 하나가 튀어나와 있다. 그 끝에 집 짓는 공사가 한창이다. 창문으로 들락거리며 자재를 나르고 있는 것은 허리가 잘록한 말벌들이다. 물어 온 것들을 이어서 작은 육각형을 하나씩 늘이고 있다. 벌의 날갯짓 소리가 공사장의 레미콘 돌아가는 소리 같다. 처음 발견했을 때는 새끼손가락 크기였는데 지금은 다섯 손가락을 활짝 벌려서 부챗살을 만든 모양만큼 지어 놓았다. 손바닥만한 크기의 작은 베레모 꼭지를 손가락으로 가볍게 들어 달아 놓은 형상이다. 평소에는 발뒤꿈치를 들고 고개를 내밀어 안부를 물었는데, 잠깐 쉰다며 바람이 잘 들어오는 곳에 머리를 뉘었더니 벌집 밑바닥이 똑바로 보인다. 아하! 첫눈에 들어오는 느낌이 너무 강하다. 이제까지는 옆 모양만 보고 육각형이구나 짐작은 했는데 정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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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2. 19.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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