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보 붙이는 밤 / 정성화
집 나간 강아지를 찾는다는 벽보가 어느새 다른 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칠 년 전 반여동 S 아파트에 살았던 영어 선생님을 찾습니다." 이번에는 강아지 대신 사람을 찾는구나 생각하며 사연을 읽어 내려갔다. 아! 그것은 바로 나를 찾는 벽보였다. 벽보에 적힌 연락처로 전화를 했다. 짐작한 대로 벽보를 부친 사람은 내가 이전에 가르쳤던 학생의 어머니였다. 딸아이가 부산의 중학교에 교사 발령을 받았다는 소식을 꼭 전하고 싶었는데, 이 아파트에 살고 있다는 것만 전해 들은 터라 벽보를 붙이게 되었다고 했다. 나를 감격하게 만든 벽보였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벽보도 있다. 초등학교 때, 방학이 다가오면 다른 아이들은 이런저런 계획으로 들떠있었다. 그런데 나는 그 반대였다. 방학만 되면 서울에 있는 외삼촌댁으로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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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2. 22.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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