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이 유죄, 소쩍새는 공범 / 김규련
유신 말기의 정치 상황은 험악하고 살벌했다. 그 무렵, 나는 경북의 오지, 영양군으로 일자리가 옮겨졌다. 워낙 산중 고을이라 유배지로 쫓겨가는 서글픈 생각마저 들었다. 허나 이내 그곳 산수와 인심에 따뜻이 보듬겨져서 세상 바뀌는 줄도 잘 모르고 삼 년 세월을 훌쩍 흘려보냈다. 영양은 산이 깊고 물이 맑았다. 수림이 울창해서 공기가 신선하고 하늘은 더없이 높고 깨끗했다. 해가 지면 밤하늘의 야경이 더욱 아름다웠다. 그 많은 별들은 저마다 보석처럼 반짝이며 천상의 향연을 베풀곤 했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그 향연에 초대되어 자신의 실체를 비로소 깨닫고 부질없는 집착에서 벗어나 본다. 봄, 여름, 가을 밤마다 애타게 우는 소쩍새의 울음소리는 사람들의 가슴을 쓸어내리고 또 쓸어내린다. 마침내 맺히고 서린 한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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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3. 22.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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