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자기 / 양태순
2016년 제주 영주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어머니는 큰오빠 곁으로 가기로 했다. 육십여 년을 살던 집을 비우자니 그만큼 더께가 앉은 살림살이가 자꾸 나온다. 부엌을 정리하니 막걸리 사발과 놋그릇을 비롯하여 뭉그러진 나무주걱, 아끼시던 꽃무늬 접시도 나온다. 낡은 장롱을 여니 맏며느리가 해온 상이불이 가지런히 개켜져 있다. 한 쪽에는 사십 대에 꽃구경 갈 떄 입었던 개나리색 한복이 걸려있다. 팔십이 넘고는 먼 길 떠날 때 가벼워야 한다고 조금씩 정리를 한다는 말을 여러 번 들었는데 아직 자리를 지키고 있음은 그 물건에 담은 마음을 비우지 못했기 때문이리라. 이사는 묵은 시간과의 만남이다. 마당으로 끌려나온 물건은 버릴 것이 많았다. 구석 구석에서 나온 사소한 물건들을 붙잡고 눈을 맞추니 갖가지 이야기가 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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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9. 18.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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