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풀 / 이옥순
첫추위 예보에 옷장을 연다. 바로 입을 수 있는 카디건 하나를 손쉬운 위치로 옮겨놓는다. 사실 이 옷은 내 손에서 떠나보낼 뻔했다가 돌아왔다. 입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보풀이 일기 시작했다. 처음 느꼈던 보드라움에 비해 질이 좋지 않은 것 같았다. 취급 부주의인가 하고 각별히 조심해보아도 점점 범위를 넓혀갔다. 보풀을 핑계로 함부로 입기 시작했다. 형편없는 옷이 되고 말았다. 현관 앞에 내놓았다. 분리수거함에 넣기 위해서였다. 현관을 드나들다 어느 날 봉지 속에서 카디건을 건져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세탁소에 맡겨보았다. 옷이 멀쩡해져서 돌아왔다. 보풀은 옷 전체를 생각하면 별 것이 아니었다. 그 옷에는 특별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날 샹젤리제 거리에서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을 때 개선문 쪽에서 눈바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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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4. 29.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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