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소리 / 백임현
추운 날이었다. 아끼던 제자가 얼마 전 포장마차를 시작했다고 해서 찾아갔다. 바람 부는 빈터에 붉은 천막을 치고 모서리마다 꼬마전구를 장식해 놓은 포장마차가 그의 가게였다. 출입문 앞에는 단정한 글씨로 메뉴를 적은 종이가 선전 문구처럼 천막에 붙여져 있었다. 그 글씨체가 낯익은 제자의 글씨였다. 얼마 얼마 얼마…. 그 외에 몇 가지 음식이 행인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여기저기 걸려 있었다. 경험도 없는 사람들이 저렇듯 여러 가지 음식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안주가 시원치 않으면 사람들이 안 올 텐데 우선 그 걱정이 앞섰다. 밤이면 골목길에서 자주 눈에 띄는 포장마차. 남이 하는 것은 밤거리의 낭만적인 풍경으로 볼 수 있었는데. 막상 사랑하는 제자가 하게 되니 그것은 낭만도 무엇도 아니고 단지 치열한 생존의..
수필 읽기
2021. 2. 19. 01:42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 Total
- Today
-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