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의 은유 / 정태헌
이슥한 밤, 생명이 에너지를 충전하여 키를 한 뼘씩 키우는 시각이다. 어둠은 밝을 때 일어났던 일들을 밤에 다시 펼쳐 놓고 그 사유의 뜰로 손목을 잡아 이끈다. 그날,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서 있던 왜가리 한 마리. 먹이를 잡기 위한 모습이 아니었다. 두 발목을 강물에 서려두고 먼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흰색 몸통에 가슴과 옆구리에 난 회색 세로 줄무늬가 신비스러웠다. 물살은 왜가리의 발목을 하염없이 적시며 흘렀다. 강물 밖으로 삐죽 내민 바위나 주변 땅에 날개를 접으면 되련만 왜 강물 속에 발목을 담그고 있는 것일까. 강가에 서식하는 수초식물처럼 발은 강물 속에 두고 몸체는 밖으로 내민 형국이었다. 달포 전, 섬진강변을 지나다 눈에 잡힌 한 풍경이다. 왜가리는 몸통보다는 흐르는 강물 속에 담그고 있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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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2. 4.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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