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거리의 남자 / 노현희
독립문 공원을 벗어났을 즈음 낯익은 팝송이 들렸다. 부드럽고 감미로운 선율이 차량의 소음을 물리치며 울려퍼졌다. “Knowing you don’t need me~” 엘비스 프레슬리의 노래였다. ‘낙엽따라 가버린 사랑’으로 번안되어 한 시절 어디서나 들려오던 곡이었다. 나는 이끌리듯 소리를 찾아 나섰다. 사거리에 있는 횡단보도 건너편에서 한 남자가 마이크를 잡고 있었다. 추억이 되어버린 가수의 노래를 자동차와 사람이 쉴 새 없이 지나는 도심 한가운데서 듣게 되다니. 괜한 설렘으로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렸다. 남자는 호흡을 모으는지 상체를 앞으로 살짝 구부리고 있었다. 저녁 햇살이 남자의 어깨로, 보도블럭으로 내려앉고 있었다. ‘파킨스병 20년차 약 미복용시 전신근육마비 기초생활대상자이나 생계비 중지 이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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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1. 15.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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