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그락 사그락 / 박찬정
실금이 가 있다. 들었다 놓을 때마다 사그락 사그락 소리가 난다. 귀에 낯설지 않은 것을 보면 어디선가 자주 들어 본 소리다. 자배기를 조심스레 내려놓는다. 테두리에 감겨있는 철사가 녹슨 걸 보면 금이 간지도 오래되었나 보다. 사연 있는 이 장독대에 나이 먹지 않은 것은 없다. 큰 독, 작은 독, 멸치 젓국 냄새가 배어 있는 독과 소래기, 자배기, 구석에 숨겨둔 약탕관까지 다 내가 헤아릴 수 없는 나이를 먹었을 게다. 간장 수십 독은 퍼냈음직한 아름드리 장독에서는 여전히 진한 짠내가 난다. 대가족 둘러앉은 밥상 냄새가 거기에 있다. 도시로, 외국으로 돌다가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시외가 가까운 동네에 집을 짓고 살게 되었다. 남편은 어릴 때 방학이면 외가에 와서 지낼 때가 많아서 외가에 대한 추억이 소복..
수필 읽기
2022. 5. 8. 09:58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 Total
- Today
-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