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찍으려면 1,000번을 찍어라 / 정호승
성철 스님이 지내시던 해인사 백련암 손님방에서 하룻밤 잔 적이 있다. 스님이 입적하시기 10여 년 전 일이다. 당시 잡지사 기자로 일하던 나는 스님께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허락하시지 않았다. 그 대신 서면 질문을 하면 서면으로 답변해주시겠다고 하셨다. 그래서 그날 밤 나는 무슨 질문을 할까 곰곰 생각하면서 가야산 백련암에서 하룻밤 묵게 되었다. 하안거 해제 전날인 백련암의 여름밤은 깊고 고요했다. 밤하늘엔 보름달이 두둥실 떠올라 있었고 어둠 속에서 들리는 풀벌레 울음도 깊고 청명했다. 큰스님이 가까이 계시는 데서 밤을 맞았다는 사실만으로도 내 가슴은 보름달처럼 차올랐다. 물론 잠은 오지 않았다. 어느새 시간이 지나 해인사의 새벽 종소리가 은은히 들려왔다. 벌떡 일어나 스님 주무시는 방을 바라보았다. 스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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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0. 7.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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