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초 / 강현자
아버지 산소엔 가뭄으로 인해 군데군데 빈 잔디 위로 한숨만 풀풀 날렸다. 아버지가 공들여 지킨 흔적처럼 그나마 남아있는 잔디도 겨우 마른 풀빛을 머금고 있었다. 90년 만에 닥친 가뭄을 아버지도 아셨을까. 아버지는 바람도 달구어 재워놓고 잔디까지 다 태울 기세로 매일 내리쬐는 불볕을 핑계 삼아 자식들을 보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아버지는 외롭다는 듯 잡초들을 봉분키만큼 키워놓고 계셨고, 자주 찾아뵙지 못한 나의 불효의 길이만큼 자란 잡초들이 아버지의 쓸쓸함을 대신하고 있었다. 나는 그런 아버지의 투정이 사랑이라는 걸 이제는 안다. 어렸을 적부터 아버지의 사랑 표현은 매서운 불호령이 전부였다. 귀가하는 아버지를 맞이할 때 가족들 중 한 사람이라도 빠지면 불호령이 났고, 또 그때마다 아버지 발 씻을 물을 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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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3. 17.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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