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슬기 / 전숙희
밤새 훈훈히 김 오른 방문을 열고 청마루로 나서면 코끝이 짜릿하도록 부딪쳐 오는 싸늘한 아침의 감촉. 불기 없는 목욕탕에 받아 놓은 물 위엔 살얼음이 지고 뜰 앞에 서 있는 나무에 매달렸던 마지막 잎마저 떨어져 버리고 가지만이 생명 없는 표본인양 처량해 보이는 초겨울의 아침, 마치 새초롬하게 청초한 여인의 모습 같은, 그러한 초겨울 아침을 나는 좋아한다. 그래서 부엌에서 보글보글 밥 끓는 소리와 뽀오얗게 서린 김의 훈훈함이 더욱 정다움 아침, 또 어쩌면 온갖 풍상을 다 겪고 나, 그 마음속에 너그러움과 따뜻함이 이끼처럼 깔려 있는 초로의 모습, 그러나 어딘지 범치 못할 단정함과 의연한 여인의 얼굴과도 같은 그 모습을 나는 사랑하고 싶다. 쌀뒤주에는 햇곡이 가득하고 곳간에는 차곡차곡 담은 김장독과 겨우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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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4. 10.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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