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 / 김상영
삼겹살은 좀 침침한 골방에서 먹어야 더 맛이 난다. 그 방은 좁아서 아늑해야 하고 적당히 지저분해야 한다. 기름때 낀 포마이카 상다리의 나사가 헐거워 꺼떡거려도 상관없다. 가스레인지는 군데군데 기름얼룩이 누리끼리하게 붙어있어야 좋다. 방바닥에 사려놓은 가스 줄을 궁둥이로 슬쩍 밀치고 앉은들 어떠랴. 누런 비닐 장판은 기름기가 덜 닦여져 눅진해야 정이 간다. 방석은 이 손님 저 손님 하도 깔고 앉아서 윤이 날듯하고, 손으로 잡으면 쩍 달라붙을 것 같은 것이라야 편하다. 환풍기는 내미는 바람이니 묵은 먼지가 끼어 있은들 상관없고, 스위치 줄을 당기려 발돋움한들 뭐 그리 대수랴. 파리똥 듬성한 벽에 빌붙은 고장 난 시계는 언제나 어제 그 시각이며, 이 손님 저 환자에게 헤프게 나눠줬을 한의원 달력은 온갖 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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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6. 1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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