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위치를 싸며 / 장미숙
칼을 들고서 경계를 생각한다. 남겨야 할 것과 버릴 것을 가늠 중이다. 사는 일이란 매일 뭔가를 버리고 남기는 일의 반복일지도 모르겠다. 도마 위에 아직 상품의 가치가 없는 가공 전의 제품이 놓여 있다. 이제 막 재료를 조합해 놓은 원형의 상태, 다듬지 않은 물건이다. 양은 오히려 넉넉하다. 그대로 판매한다면 수고를 들이지 않고 음식물쓰레기를 만들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정해진 규격과 모양이 있으니 가공을 거쳐야 상품으로 거듭난다. 성질과 감촉, 색과 크기가 다른 재료들은 이제 하나의 맛으로 통일될 것이다. 글쓰기에서의 주제와 다를 바 없다. 소재와 제재, 구성과 단락, 문장과 어휘가 어우러져 의미를 생성하듯이 말이다. 주제가 중심을 잡아야 작품이 안정적이다. 샌드위치도 각각 독특한 맛이 있다. 양과 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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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7. 19.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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