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生의 소리 / 박민지
작년 이맘때 봄바람이 사그라질 즈음, 할아버지가 쓰러지셨습니다. 의사는 노환으로 인한 신경 쇠약이라고 했습니다. 봄이 가고 여름이 오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인 듯 말했습니다. 할아버지는 발을 헛디뎌 쓰러질 때 엉덩이뼈를 다치셨습니다. 뇌를 다친 것도 아닌데 기력과 기억을 점점 잃어 가셨습니다. 다른 신체 기능도 도미노처럼 삐걱삐걱 쓰러져 갔습니다. 나는 그것이 여든아홉 생을 보내는 자연의 순리인가 하고 생각했습니다. 할아버지는 움직이지 못하시더니, 두 명 밖에 안 되는 자식 이름을 잊고, 먹는 것마저 줄었습니다. 결국 할아버지는 요양원으로 가셨고, 가족들은 마음의 준비를 했습니다. 그날도 나는 요양원으로 갔습니다. 요양원은 지나치게 깔끔해서 갈 때마다 낯설었습니다. 할아버지는 6인실 병실에 계셨습니다. ..
수필 읽기
2020. 9. 29. 10:29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 Total
- Today
-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