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비 / 서예원
2020 경북문화체험 전국수필대전 입선 구름이 지구를 수백만 번 감고 돌았으리라, 헤아리지 못할 정도로. 사계절은 또 몇 번이나 오고 갔을지 모르겠다. 시간이라는 감각이 없어지고 주변의 풍광이 생경할 정도로 바뀌어갈 즈음, 낯선 두려움에 얼굴이 사색이 되어도 꿋꿋이 돌 위의 글씨를 붙잡고 버텨온 것이었다. 깊은 땅에 거꾸로 처박혀 있어서 숨이 안 쉬어질 때면, 차분히 호흡을 고르고 예전 기억을 떠올렸으리라. 본인의 몸통에 아로새겨진 그때의 기록을 품고, 다시 빛 볼 날을 기다렸을 것이다. 1988년 추운 겨울에서야 땅속 어둠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하니, 잘 견뎌냈다고 혼잣말을 내뱉어보았다. 처음 만난 세상은 참으로 이질적인 시공간이었을 터. 기뻐할 새도 없이 포클레인으로 온몸이 들려져 길옆 개울에 무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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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1. 3.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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