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 김광영
노인이 산책을 나서면 털복숭이 개 한 마리만 따라나섰다. 산책이래야 탑골 산소를 둘러보는 게 전부였다. 마을 어디를 가도 노인의 벗은 찾을 수 없었다. 간혹 승용차가 들어오면 자식인가 쳐다보다 돌아서기 일쑤였다. 아흔에 드셨던 노인의 어깨에 후회만이 파도처럼 넘실거렸다. 이태 전에 위암 수술을 하신 노인은 좀체 구미가 돌지 않았다. 식욕이 떨어지자 귀까지 절벽이어서 대화가 이루어지질 않았다. 목청껏 소리를 질러서 돌아오는 대답은 동문서답이었다. 들리지 않는 노인이나 고함을 질러야 하는 안노인이나 답답하기는 매일반이었다. 근래엔 안노인마저 게이트볼을 치러 가고 노인의 곁엔 온종일 사람이라곤 얼씬거리지 않았다. 노인은 몸 아픈 사람을 두고 나다닌다고 역정을 내고, 할멈은 이 나이까지 시집을 살리느냐고 주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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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2. 7.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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