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끝에 서다 / 유영모
문득 길에서 마주치는 사람들과 부딪히는 일들은 내겐 삶의 이유이자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다. 때론 진부한 일상에 나태해질 때면 무작정 길을 나서게 된다. 그 낯선 길에서 빠져드는 사유는 또 다시 방랑을 하게하고 거기서 겪는 새로운 경험들은 놀라운 미지의 세계로 빠져들게 한다. 그 달콤한 유혹에 매혹되어 마음 내키는 대로 가다 보니 그만 세상 끝에 와 버렸다. 안데스 산맥을 등뼈처럼 낀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서 끝자락 파타고니아까지 몇 날이 걸렸는지, 기억에도 없다. 그저 꿈을 꾸듯 훠이훠이 오다 보니 순백의 빙하 위에 서 있었다. 칼날같이 치솟은 설산을 뒤로하고 그레이 호수 위로 무너져 내리는 빙하는 오싹한 소름마저 돋게 했다. 우레 같은 천둥소리를 동반한 파편들은 곧 다시 언제 그랬냐는 듯이 유유히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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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4. 29.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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