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만小滿에 부치다 / 설성제
소만(小滿)에 이르렀다. 여름 문턱에 들어선 후 처음 만나는 절기로 햇볕이 많고 만물이 점점 생장하여 가득 차오른다는 의미를 가졌다. 실제로 꽃이 떨어지고 열매가 맺기 시작하는 시기, 벌과 나비를 불러들이던 꽃이 제 임무를 다하자 나무에게 새로운 일이 시작된다.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꽃이 져야만 하는 자연의 순리에 따라 소만은 멸(滅)에서 생(生)으로 건너가는 징검다리와 같은 시기이다. 도도한 봄날이었다. 담벼락에 줄지어 서서 오줌을 누는 개구쟁이들처럼 노란 개나리가 새실거렸다. 목련은 나뭇가지 위로 촛대를 세우고 심지에 불을 밝혔다. 돌 틈에 앉은 영산홍도 한껏 타올랐다. 뒤이어 조팝과 이팝이 가지가 휘어지도록 하얀 튀밥을 쏟아냈다. 배와 사과며 복숭아나무에도 꽃이 피어 서로의 존재를 알렸다. 꽃을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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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2. 4.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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