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에 관하여 / 권민정
어쩌면 지금 내 나이가 그런 나이인지 모른다. 딸이었다가 엄마, 할머니까지 된 지금 몸은 아내, 엄마, 할머니 쪽에 있으나 마음은 내 어머니의 딸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출근하듯이 어머니에게 가자고 진즉 마음을 먹었으나 일주일 만에, 그것도 주무실 시간이 다 되어가는 이 밤중에 겨우 시간을 내어 병원에 갔다. 몇 달 사이, 어머니의 육체는 꺼져가는 촛불처럼 깜빡거리고 있다. 신체의 모든 기능이 다 떨어졌는데 그중에서도 인지능력이 더 떨어졌다. 어머니가 뭐라고 혼잣말을 하신다. 입 가까이 귀를 대고 들어본다. 어머니는 아직 학교에서 돌아오지 않은 어린 자식을 찾고 계신다. “얘들이 왜 이렇게 늦지?” “엄마, 엄마 딸 여기 있어요. 집에 왔으니까 걱정 마세요.”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나를 보면 반가워서 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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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2. 21.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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