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에 관한 고찰 / 유시경
나는 사람을 처음 대면할 때 그의 손 모양을 살피는 경향이 있다. 저 손은 부드러울까, 저 손은 참 일복이 많게 생겼구나. 저 손은 사랑을 많이 받겠다. 저 손은 위안을 많이 주겠구나. 저 손은 한번만 만져본다면 원이 없을 정도로 남자답게 생겼군. 뭐 이런 나만의 쓸데없는 신경작용이라고나 할까. 전동차 좌석에 앉아 앞의 승객들을 바라보기 민망할 때 으레 그의 손등에 눈이 간다. 그들의 손은 노상 스마트폰과 싸우거나 속삭이거나 즐기거나 하는 게 대부분이다. 어떤 청년의 손가락은 참으로 길고 가늘며 여리게 생겼다. 그 손으로 이 험한 세상을 어찌 짊어질까 걱정스럽다가도 아니지, 저 손으로 독서도 하고 예쁜 글도 쓰고 맡은 임무까지 척척 해낸다면 금상첨화지 싶기도 하다. 2017년 가을, 하늘이 청명하게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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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8. 27.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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