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컷들 / 권혜민
전화벨 소리가 꿈결처럼 아득하다. 놀라 눈을 뜨니 밤 12시가 넘었다. 낮에 큰아이가 운영하려는 펜션을 돌아보느라 피곤했는지 불도 켜놓은 채 깜빡 졸았나보다. 부산에서 경찰공무원시험 준비를 하는 작은 아들이다. 요즘 학원 다니랴 헬스장 다니랴 시간 맞추기가 어려워 전화통화가 뜸했던 차에 ‛아들’ 하며 끝소리를 길게 늘어뜨리면서 와락 반가움을 표한다. 그러나 들려오는 아들 목소리는 꼿꼿하게 성이 나있다. 화들짝 잠이 깬다. 아이가 아빠와 언쟁이 있었나보다. 남편은 주말은 거제도에 있지만 평일에는 본업인 광고 간판 제작을 하느라 부산 집에 아들과 머물고 있다. 선을 따라 들려오는 작은아이 목소리가 스타카토로 똑똑 부러지며 단호하다. 오호라. 이놈이 성이 단단히 났구나 싶다. 말수가 많지 않은 놈이 폭포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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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2. 15.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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