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은 걸레다 / 유병근
걸레는 밥상에 올라가지 않는다. 밥상에 흘린 밥알과 김치가닥과 생선 뼈다귀를 훔치지 않는다. 상다리 바닥 주변에 엎지른 된장국물을 내시처럼 살살 훔칠 뿐이다. 밥상에 올라앉는 걸레가 있다면 그것은 결례다. 행주가 할 일을 함부로 차지하는 분수 모르는 얌체머리다. 남의 몫을 탐내어 가로채는 찰거머리, 그런 거지발싸개도 설치는 판국이다. 있는 허물과 없는 허물로 남을 짓밟고 헐뜯는 낯짝 두꺼운 인사가 버젓이 명함을 내민다. 그러나 걸레는 그가 할 일을 안다. 방바닥을 닦아내고 책장 아래 먼지를 닦아내고 창틀에 몰래 앉은 오래된 곰팡이를 쓸어낸다. 발바닥을 닦는 발걸레도 있다. 걸레가 되기 전에 걸레는 몸을 닦는 타월towel이었다. 머리에 쓰고 목에 걸기도 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는 사이 타월은 올이 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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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7. 12.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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