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마시는 시간 / 이혜숙
봄에 매화로 시작한 꽃차 만들기는 가을에 국화로 마무리된다. 올해는 극성맞을 정도로 꽃을 찾아다녔다. 매화, 진달래, 복숭아꽃, 민들레, 인동초, 수레국화, 도라지…. 가을이 되자 도진 허릿병 때문에 국화차 만들기는 그냥 넘어갈 생각이었다. 그러나 도로변이나 들판, 산등성이에 얼비치는 노란 빛이 자꾸 눈에 채였다. 결국 곰이 아닌 호랑이를 택하고 말았다. 쑥과 마늘로는 견디지 못해 동굴을 뛰쳐나가 발굽을 차고 달리는 호랑이처럼 바퀴를 굴려 달려갔다. 마침 봐 둔 밤나무 숲이 있었다. 초입에서 몇 포기를 발견했는데 수풀 속으로 들어가자 노란 불꽃처럼 활활 타는 산국 군락. 이 정도를 말리려면 열두 개의 채반으로도 부족할 것 같았다. 심장 박동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춤을 추고 싶을 지경이었다. 드디어 꽃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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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2. 26.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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