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강가에서 / 최원현
기차 안에서 계절의 바뀜을 본다. 가을걷이가 끝난 들녘은 허허롭지만 벼를 베어낸 자리에선 새 움이 돋아나 생명력을 느끼게 한다. 동그마니 벌판에 남아있던 볏짚들의 마지막 가을 햇볕 바라기가 한가롭다. 아직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무와 배추들, 잎이 몇 개만 붙어있는 나무들, 여직 황금빛 열매를 달고 서 있는 감나무, 가끔가다 보이는 까치집, 가을은 가다 말고 투정을 부리는 것 같고, 겨울은 아주 여유로운 걸음걸이로 서서히 다가오고 있는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언덕배기에선 억새꽃이 하늘거리고,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 아래선 저마다의 빛깔들이 자기를 지키고 있는 것 같다. 해마다 이맘쯤이면 나는 앓곤 했다. 가을과 겨울, 난류와 한류가 만나는 시점에선 내 바이오리듬도 중심을 잃는다. 그러나 정신은 맑아지..
수필 읽기
2021. 2. 8. 12:27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 Total
- Today
-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