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곗바늘의 속임수 / 김용순
그 일을 생각하면 나는 지금도 아릿한 자괴심을 달랠 수가 없다. 장난꾸러기 아이들의 속임수에 넘어가서 십오 분도 넘게 수업을 앞당겨 끝냈던 어리석음. 열심히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사무실에서 계속 전화벨이 울리다가 끊기고 다시 울리고 그러기를 오 분 이상 반복됐다. 수업 중에 전화를 받지 않는 것은 상식이다. 하지만 고집 세게 울리는 벨 소리가 심상치 않다 싶어 아이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전화를 받았다. 의외에도 대수롭지 않은 내용이라 기억도 안 나는데, 수업 중이라고 해도 상대방은 같은 말을 자꾸 되풀이하며 시간을 끌었다. 그렇다고 무례하게 끊을 수도 없었다. 교실에 돌아오니 아이들은 벌써 책가방을 꾸리고 있었다. “왜들 이러니?” “끝났어요. 시계 봐요.” 아이들이 항의 비슷하게 일어서서 손가락으로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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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1. 28.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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