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의 손맛, 누른 국수 / 박향숙
먹구름이 몰려온다. 번개를 동반한 천둥이 시끄럽게 다녀간다. 우레의 꼬리를 물고 빗발이 창문을 후려친다. 하늘도 삼복더위를 피하고 싶었는지 결국 작달비를 퍼붓고 만다. 거센 빗줄기에 창밖 풍경이 뿌옇다. 괜히 내 마음마저 흐려놓는다. 칼국수 생각이 굴뚝같다. 하얀 수건을 쓴 시어머니가 대청에서 만들어 주던 누른 국수 한 그릇이 오늘따라 더 그립다. 기분 전환이 필요했다. 머리 모양을 바꿀까, 친구와 수다를 떨까 고민하면서 집을 나섰다. 빗줄기는 여전히 세차다. 속이 허전하고 기분이 우중충할 때는 먹는 게 최고라는 결론을 내렸다. 시동을 켠 채 망설이다 평소 즐겨 먹던 다전손칼국수 집으로 차를 몰았다. 윈도 브러시가 내 마음처럼 바삐 움직인다. 라디오에서 가야금 소리가 흘러나온다. 빗소리와 가야금의 동당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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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1. 11.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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