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의 말 / 정목일
우리나라 오월에게 ‘계절의 여왕’이란 왕관을 씌운다면, 시월에겐 ‘계절의 황제’라는 대관식을 거행해야 마땅하다. 예전부터 시월을 ‘상달’이라 불러 다른 달과는 달리 사뭇 격을 달리해 왔다. 시월이 오면 다른 달과는 느낌부터 달라진다. 일 년 중에 하늘이 가장 맑게 열려, 영원의 얼굴이 비춰 보일 듯하다. 만물의 시선이 문득 하늘로 향하게 만들고, 우주와 교감의 시간을 갖게 만든다. 시월이면 까닭모를 고독과 그리움이 밀려드는 것은 하늘의 무한한 깊이만이 아니다. 바람의 촉감과 풀벌레들의 언어와 초목들이 보여주는 색채미학 때문만이 아니다. 시월은 풍요 속에 비움이 있고, 채움 속에 해체가 있으며, 만남 속에 별리의 순간이 있다. 시월은 마음의 거울을 꺼내 들고 한 번씩 자신의 영혼을 비춰보고 싶은 달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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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2. 16.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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