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 싶고 읽고 싶은 글 / 윤오영
옛사람이 높은 선비의 맑은 향기를 그리려 하되, 향기는 형태가 없어 난(蘭)을 그렸던 것이다. 아리따운 여인의 빙옥(氷玉)같은 심정을 그리려 하되, 형태가 없으므로 매화를 그렸던 것이다. 붓에 먹을 듬뿍 찍어 한 폭의 대(竹)를 그리면, 늠름한 장부의 불굴의 기개가 서릿발 같고, 다시 붓을 바꾸어 한 폭을 그리면 소슬한 바람이 상강(湘江-순임금의 왕비인 아황, 여영)의 넋(애절한 마음)을 실어오는 듯했다. 갈대를 그리면 가을이 오고, 돌을 그리면 고박한(古樸-예스런 맛이 있고 순수한) 음향이 그윽하니, 신기(神技)가 아니고 무엇인가. 그러기에 예술인 것이다. 종이 위에 그린 풀잎에서 어떻게 향기를 맡으며, 먹으로 그린 들에서 어떻게 소리를 들을 수 있는가. 이것이 심안(心眼)이다. 문심(文心)과 문정(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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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1. 10.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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