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민들레 / 황순희
작년 초겨울, 바닷가에 회를 먹으러 갔다가 우연히 시장엘 들렀다. 한산하기 그지없는 어촌 장에 뭐 별것이 있을까 그냥 둘러보고 나오려는데 민들레 몇 단을 앞에 두고 쪼그리고 앉아 있던 할머니 한 분이 한사코 나를 불렀다. 할머니는 내게 민들레를 권하며, 달여서 먹으면 오장육부, 특히 간에는 더이상 좋을 수가 없다고 굳이 나더러 사 가지고 가라는 것이었다. 야채나 반찬거리도 아닌 그것을 몸에 좋다고 달여 먹는다는 건 부지런하지 못한 내겐 거짓 같은 이야기고, 설령 공짜로 준다고 해도 필경 버릴 게 분명했다. 그렇다고 그냥 돈 몇 푼을 내밀기에는 노동의 대가를 팔려는 할머니의 모습이 너무도 당당해 나는 난감해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만원만 주고 다 가져가. 남편과 같이 달여 먹어봐라. 건강하게 오래 살 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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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4. 12.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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