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 예찬 / 이헌구
내가 아주 어렸을 때, 그러니까 4, 5세 때 일인가 보다. 내가 살던 관북 어느 마을에 외로운 한 노인이 있었다. 그 당시, 60이 넘었다면 굉장한 늙은이 대접을 받을 때다. 이 노인은 그때까지 취처(娶妻)도 하지 않고 장성한 큰집 조카의 행랑방에서 기거를 했다. 그런데 이 노인은 동네에서 이름이 나 있었다. 그 첫째가 장가를 들지 않은 것, 둘째는 글방에 다닌 일도 별로 없는데 유식한 문자를 곧잘 쓴다는 점이었다. 그중에 하나, 아직도 내가 기억하고 있는 것은 기성명이족의(記姓名而足矣)라는 말이 있다. 이 노인은 입버릇처럼 “글을 많이 배워서 무엇하는가, 이름 석 자 쓸 줄 알면 그만이지.” 하는 일종 노인⎯ 노장적인 소박한 생각을 가진 이였다. 그 나이에 남들은 분에 따라 자녀들의 접대 효도를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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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1. 20.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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