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 정목일
아버님께서 돌아가신 지 어언 14년이 지났다. 나는 간혹 길가에서 아버님의 친구 되시는 분을 만나면, 그분의 두루마기 자락에서 문득 아버님을 생각하게 된다. 그때, 나는 열여덟 수줍은 고등학교 2학년, 병 중에 계시던 아버님께서 돌아가셨다. 가족들은 통곡했다. 가족이라야 어머니와 장남인 나, 그리고 어린 여동생 둘, 다섯 살짜리 남동생뿐이었지만. 나는 어머니와 동생들에게 울음을 멈추도록 명령했다. 가시는 마당에 고이 보내드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때 담임선생님께 보낸 결석계와 같이 동봉한 편지 속에, ‘지금 나의 심정은 이제 막 무인도에 도착한 로빈슨 크루소와 같습니다.’라고 적었던 것을 기억한다. 문상객이 올 적마다 하는 곡(哭)은 목 속에서만 뱅뱅거렸지, 끝내 소리로 나타내지는 못하였다. 제발 문상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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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4. 20.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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