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손 / 박정선
2021 호미문학대전 은상 아버지가 살아 계실 때는 죽음과 아버지를 연관시켜 생각한 적이 없었다. 나에게도 꿈이 있었고 성공하고 싶었다. 그리고 아버지는 내가 성공할 때까지 기다려주실 줄 알았다. 정말 언제까지라도 기다려주실 줄 알았는데 어느 날 훌쩍 떠나버린 것이었다. 그럴 줄 알았더라면 성공을 미뤄두고 아버지가 좋아하시는 약주를 사 들고 자주 찾아뵈었을 것이다. 바람 부는 날엔 바람에 찢긴 대로 비가 오는 날엔 비에 젖은 채로 성공하지 못한 초라한 모습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불쑥불쑥 아버지 앞에 보여드렸을 것이다. 이젠 아버지가 그리우면 아버지의 손을 닮은 손을 보러 호미곶으로 달려간다. 동해안 포항 호미곶에 가면 떠오르는 해를 받치듯이, 또는 공을 쥐듯이 손가락이 안으로 구부러진 손이 있다. 손은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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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0. 15.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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