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보를 넘기는 여자 / 김윤정
쌍꺼풀 없는 작은 눈, 야무지게 꼭 다문 입 그리고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흐트러짐 하나 없는 다소곳한 자세와 수수한 옷차림, 숨은 쉬고 있는 것일까? 내내 한 가지 톤을 유지하고 있는 무표정한 그녀의 얼굴에서는 마치 시간이 멈추어버린 것 같다. 지인의 소개로 가게 된 첼로 독주회에서 나는 정작 첼리스트에게는 관심이 없고, 공연이 시작되면서부터 피아노 반주자 옆에서 악보 넘기는 일을 하고 있는 여자에게만 시선이 머문다. 그리고 어느 것 하나 놓칠세라 그녀에게서 눈길을 떼지 못한다. -페이지 터너(page turner). 그녀가 하는 일의 정식 명칭이다. 악보를 넘긴다고 해서 넘순이, 넘돌이라고 쉽게 부르기도 한다. 독주곡의 경우에는 독주자가 악보를 완전히 외우기 때문에 악보 넘기는 사람이 필요하지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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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1. 23.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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