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다가도 모를 일 / 박영수
한 해에 두 번씩 혼사를 치르는 일은 결단코 하지 않겠다던 내가, 일이 묘하게 되느라고 큰 녀석 장가보내던 해, 남부끄럽게도 딸마저 시집을 보내게 되었다.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던 딸애가 하루는 마음에 드는 청년이 생겼다고 집으로 데려와 인사를 시키면서 “아버지 때문에 사귀게 된 거에요.” 라고 했다.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 싶었는데, 알고 보니 녀석의 이름이 나와 똑같은 ‘영수’라는 거였다. 아버지와 이름이 똑같다는 사실이 운명의 끈인 양 잡아 끌더라며 “아빠에 대한 존경심 때문이 아니겠어요?”라고 했다. 그럴싸한 핑계였다. 그러나 혹여 올해 안에 식을 올리자면 어쩌나 싶어 “청년이 내 맘에도 썩 든다마는 한 해 두 번 혼사는 치를 수 없으니 서둘지 말라.”고 단단히 못을 박아 놓았다. 이때만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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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1. 12.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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